241112. 우리가 모두 가진 쓰레기통에 대하여
우리는 때때로 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마주한다.
예고도 없이,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불쑥 찾아오는 그것들.
누군가는 '마음속 쓰레기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며 이불 속에 몸을 묻었다.
의식이 희미해질 무렵, 문득 그 기억이 찾아왔다.
아무 맥락도 없이, 그저 불현듯.
그렇게 시작된 불면의 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의 마음속 쓰레기통에는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다.
후회스러운 순간들, 부끄러웠던 기억들,
상처받은 말들, 놓쳐버린 기회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라 믿었던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처럼.
처음에는 그런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욕을 내뱉곤 했다.
마치 불청객을 쫓아내듯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 쓰레기통은 더욱 무거워졌고,
그 속의 것들은 더욱 썩어갔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덮어버리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이 기억들은 내 일부이고,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였다.
"아, 또 너구나. 하지만 난 이제 그때보다 더 성장했어."
이렇게 말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마음속 쓰레기통의 뚜껑이 열릴 때마다, 나는 이제 그곳을 들여다본다.
때로는 그 속의 것들이 여전히 날카롭고 아프지만,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그것들은 내가 걸어온 길의 이정표이자,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조각들이니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마음속 쓰레기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완벽하게 비워낼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정리하고 재활용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쓰라린 경험을 교훈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제는 안다.
마음속 쓰레기통이 있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곳에 담긴 것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증거라는 것을.
때로는 그 무게에 힘겨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으니까.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마음속 쓰레기통 뚜껑이 열릴 것이다.
그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 모두가 비슷한 순간을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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