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3. 나와의 화해

2024. 11. 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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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한계에 부딪히거나 힘들 때면 '내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그런 생각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하지 않은 때가 많았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네거티브한 생각이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너무 완벽해지기를 바래서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도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안 해본 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가끔 그때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항상 그저 생각으로만 끝났다.

다음날이면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니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이 깔려있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현실에서 그걸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어렵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라면 그나마 시도라도 해봤을 텐데, 그마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의 기억들도 실패와 수치심이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흐릿해졌나 보다.

 

 

다행히 발표처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은 괜찮다.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보면서 대비할 수 있으니까.

발표 전날 밤새워 준비하고, 거울 보면서 연습하고,

타이머 맞춰가며 리허설도 하고.

그런 준비 과정이 불안을 조금은 달래주었다.

일상적인 모임에서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금 긴장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왔을 때는 여전히 당황스럽다.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받았을 때,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을 때,

예상과 다른 반응을 마주했을 때.

그런 순간들이 찾아오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동요가 일어난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힌다.

그걸 잘 극복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다.

 

 

사람들은 말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완벽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걸까.

어쩌면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실수에도 지나치게 자책하고, 사소한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면서.

그러다 보니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졌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면서 깨달은 건,

힘들더라도 꾸준히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그게 나와의 화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항상 잘할 수는 없다는 것,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도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그런 시작의 한 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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