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0. 가을, 그리움이 없어도 그리워지는 계절에 관하여

길고 더웠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도 이젠 완전히 무르익었습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끼시나요?

불쾌지수 높은 습한 바람은 어느새 사라지고, 살짝 쌀쌀하면서도 상쾌한 가을바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죠.

 

 

가을이란 계절은 참 신기합니다.

쓸쓸하고 때론 춥지만, 그런 감정조차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거든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기도 하고, 모든 것이 딱 적당해서 좋은 계절이에요.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뭇잎들이 물들기 시작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저 걷기만 해도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지는 거리.

이맘때쯤이면 플레이리스트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데요.

빠른 템포의 청량한 노래들은 슬며시 뒤로 물러나고,

조금은 느린 멜로디의 음악들이 자연스레 그 자리를 채워갑니다.

겨울로 넘어갈 즈음엔 캐롤 같은 겨울 노래도 살며시 끼어들죠.

 

 

특별한 추억 하나 없는데도 가을이 되면 자꾸 되돌아보게 됩니다.

'난 잘 살아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계절이에요.

길거리에 따끈한 붕어빵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

또 한 계절이 깊어져 간다는 걸 실감하게 되죠.

 

 

날씨가 선선해지면 문화생활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도 가고 싶고, 단풍이 물들어가는 거리도 걷고 싶어지거든요.

해가 일찍 지면서 마주하는 노을은 여름과는 또 다른 색감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선선한 바람은 걷는 내내 기분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옷장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해요.

반팔 티셔츠들을 정리하고 긴팔과 맨투맨을 꺼내다 보면,

어째서인지 블랙이나 그레이 같은 차분한 색상들이 유난히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계절의 변화를 미리 알았다는 듯이 말이죠.

 

 

가을에는 이상한 마법이 걸리나 봅니다.

특별히 그리운 사람이 없는데도 자꾸 누군가가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거든요.

어쩌면 이런 게 가을만의 특별함이 아닐까요?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만나는 가을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로워요.

모든 것이 적당하고, 그래서 더욱 좋은 계절. 그게 바로 제가 느끼는 가을입니다.

당신은 어떤 가을을 보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