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41126. 요란한 겨울 하늘의 변덕

패크 2024. 11. 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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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도 변덕스럽다.

쨍쨍한 햇살이 비추다가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그것도 모자라 거센 바람까지 더해져 길거리는 한바탕 소동이다.

마치 계절의 여신이 팔레트의 물감을 마구잡이로 섞어놓은 듯,

겨울 하늘은 오늘 제멋대로다.

 

 

창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두꺼운 겨울옷으로 단단히 무장은 했지만,

우산을 쓸지 말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누군가는 우산을 펼쳐 들었고,

또 다른 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냥 발걸음을 재촉한다.

햇살이 비치는 순간을 노려 우산 없이 달음박질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도시의 한 장면을 담은 그림 같다.

 

 

잠깐 볼일이 있어 밖으로 나섰다가 이 변덕스러운 날씨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왔다.

우산이 바람에 뒤집힐 듯 휘청거리고, 결국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이리저리 휘날리는 우산을 붙잡고 있자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산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휘어질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무언의 공감이 오갔다.

 

 

 

 

집으로 돌아와 안락한 실내에 있으니 바깥세상이 더욱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거센 바람에 창문이 달그락거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방 안에 앉아있어도 창틀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가 꽤나 위협적이다.

이 소리를 들으며 문득 저 바람이 도대체 얼마나 세게 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빗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오늘은 비보다는 바람이 주연을 맡은 날인 모양이다.

 

 

이런 날씨를 보고 있자면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무리 견고한 건물도, 아무리 단단한 우산도 자연의 기세 앞에서는 한낱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래서일까. 이런 날은 집 안이 더욱 아늑하게 느껴진다.

바깥세상의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실내의 고요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하늘은 오늘도 제 맘대로다.

햇살, 비, 바람이 뒤섞여 연출하는 이 소란스러운 공연이 언제쯤 끝날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창가에 앉아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 변덕스러운 날씨야말로 겨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특별한 교향곡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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