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41123. 책과 나, 그 미묘한 거리감에 대하여

패크 2024. 11. 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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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책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오늘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덮어두는 순간, 왠지 모를 죄책감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나만의 것일까요?

아마도 많은 현대인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때로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정말 내가 책을 읽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고민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책과 아직 친해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지금의 내가 책보다 다른 것들에 더 끌리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책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아닐까요?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놓고 읽지 않는 현상을 '책 입양'이라고 부른다나 뭐라나.

처음 들었을 땐 웃음이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책 입양'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도서관의 책들이 잠시나마 누군가의 책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책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이것만으로도 책과 우리의 관계에서 작은 진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책을 접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e-book과 여러 어플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죠.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거나,

잠들기 전 태블릿으로 책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존재합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의 촉감, 종이 특유의 향기,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을 때 연필로 살짝 밑줄을 그어두는 소소한 기쁨까지.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은 디지털이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종이책만의 특권일 것입니다.

 

 

 

 

매일 저녁 퇴근 후의 피곤함에 책을 덮어두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한 독서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책과의 관계를 조금씩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니까요.

잠들기 전 단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기,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으로라도 책의 내용을 접해보기,

주말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10분이라도 책과 시간을 보내보기.

이런 작은 시도들이 모여 우리와 책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독서 계획이나 목표가 아닌,

책과 조금 더 가까워질 용기가 아닐까요?

오늘 당신의 책장에 입양되어 있는 책들이 있다면,

사놓고 보지 않은 책들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그들과 인사를 나누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그 작은 시작이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책과 나 사이의 거리는 어쩌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에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

책장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던 책 한 권을 꺼내보려 합니다.

비록 한 페이지를 읽고 잠들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그것마저도 책과 나의 관계를 이어주는 소중한 순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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