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5.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 조각들
어느 날 문득, 내 기억의 가장 먼 곳을 더듬어보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20년도 더 지난 그때를 생각하면, 참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게 실감난다.
등굣길에 있던 아파트 단지의 나무들은 지금도 생생한데,
그 주변으론 낯선 건물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마치 도시가 조금씩 자라나는 것을 지켜본 것 같달까.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체육시간만 되면 한숨이 나왔던 게 웃음이 난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다들 좋으셨던 기억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하다.
친구들과는 적당히 친했던 것 같은데,
재미있는 건 훗날 수시 전형에서 경쟁자로 만났을 때의 그 어색했던 순간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인사를 건넸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살짝 민망해진다.

가족들과의 추억은 대부분 소소하다.
뜨거운 여름날 해수욕장에서 모래성을 쌓고,
겨울이면 눈썰매를 타러 가고, 주말이면 가끔 동네 목욕탕에 가던 일상이 떠오른다.
내가 장난감에 특별한 애착을 보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때 그 장난감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TV 앞에 앉아서 애니메이션을 정신없이 보던 시절이었고,
투니버스나 챔프 채널은 내 어린 시절의 단짝 친구나 다름없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시간을 거슬러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뭐라고 해줄까?
아마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살면서 너무 많이 자책하지 마.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은 조금 덜어도 돼."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알게 되었으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때의 순수했던 기억들은 여전히 내 안에서 반짝이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첫 기억이란, 그저 흐릿하고 모호한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흐릿함 속에서도 특별히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는 걸, 이렇게 기억을 더듬어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